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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세기 인류가 남긴 데이터 화석을 바탕으로, 해석을 거친 자료의 모음이다. 큰 그림부터 시작해서, 나머지 문서를 흥미가 가는 순서대로 파악하기 바란다. 어디까지나 해석이 필요한 자료이기 때문에, 모든 설명은 추후의 연구를 통해 뒤집히거나 수정될 수 있다.

큰 그림

지금까지의 이야기

1.
해수면 상승 초창기! 오히려 부자들이 초호화 여객선, 거대한 배, 방주를 만들어 바다로 먼저 진출했다.

물론 동시에 육지에도 벙커나 고도가 높은 지역에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었다. 육지에 있는 평범한 사람들은 거주 지역에 따라 이후의 역사가 조금씩 달라진다. 해안 지역에 거주하던 사람들은 해수면 상승의 첫 피해자들이었다. 국가에서 이재민들에게 임시 보호처를 마련해 주었으나 얼마 못 가 육지에 새로운 거주지를 찾을 여유도 없이 임시 보호소마저 물에 잠길 위험에 처한다. 이재민들은 민간 주도로 중소형 고기잡이배나 개인 소유의 생계형 소형 보트를 연결해 해안선을 따라 도열한 채 국가의 대책 마련이나 행정 절차상 각종 소송 등이 끝날 때까지 버티기 시작했다.
지역이나 국가에서 내륙에 새 거처를 마련해주어도 다시 잠기는 일이 몇 차례 반복된 후에는 육지의 부동산이 아닌 배를 거주용으로 지원해주었다. 작은 배보다도 구형 유조선이나 화물선 같은 대형 선박이나 국가 단위의 해양 복지 센터 같은 큰 규모의 부유형 해양 구조물들이 제공되었다. 수도권이나 비교적 내륙에 살던 사람들도 고도가 낮은 부분은 빠르게 잠기면서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그러나 바다 생활이 낯선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적응에 실패하였다. 배를 지원받은 사람도 이렇다 할 경제 활동을 하지 못해 가난과 우울증에 시달리다 바다로 뛰어들어 자살하는 사람들이 급증했다. 국민이 바다로 나가서 살 수 있도록 국가 차원에서 지원을 시작했지만, 얼마 못 가 해양 인구가 더 많아지면서 국가 체제가 무의미한 수준으로 무력해졌다. 바다로 삶의 터전이 옮겨가면서 국경이 서서히 사라졌기 때문이다.
초기 바다 난민들이 등장했을 때는 GPS를 기반으로 보호구역을 만들어 자국민을 보호, 관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해양 인구가 점차 늘어나고, 지구의 기후 변동성이 커지면서 해일이나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의 규모와 횟수가 계속 증가하면서 통제가 어려워졌다. 자연재해, 물자 수급, 시설 이용 등 바다 난민들이 생존을 위해 자발적으로 국가 영역을 벗어남에 따라 대이동이 빈번해진다.

2.
해안선의 후퇴와 물 위에서의 이동으로 국경은 점차 사라져간다.

동시에 육지에서는 쓸모없는 산맥이나 산간 지역을 모두 평지로 만들거나 남은 육지 사이를 잇는 공사를 시작한다. 해수면 상승 이후 남은 육지의 대부분이 고도가 높은 험준한 산악 지형이었기 때문에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서 전 지구 규모의 초대형 공사가 동시다발적로 이루어졌다. 이러한 공사를 진행하기 위해서 국가 간 법이나 정치, 기업의 경계를 초월하는 기관이 등장한다. 초국가적, 전 지구적 협력의 시대가 열려 새로운 법과 정치, 행정, 경제 체제가 잠시 동안 지구를 지배한다. 실패한 사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공사가 끝난 후에도 사람들은 과거 국가의 형태보다 상호 간의 협력이 쉬운 지구적 협력 체제를 지지하게 되고 이를 공고히 해나간다.
이 시기부터 인공위성은 국가 소속을 벗어나 공유화되고, 위성이 제공하는 인터넷 또한 완전한 자율적 사용이 가능해진다. 이 시기 인터넷 접속과 사용의 조건이 완전히 달라졌다. 과거에 제공되던 형태의 기업의 위성 서비스 사업 모델이 사라지고, 대신 인터넷 사용으로 생성된 가상 자산의 일부가 위성의 운영 자금으로 흘러가게 된다. 이 와중에도 해수면은 끝없이 상승하고 인류는 계속 바다로 쫓겨나 흩어진다.
(25세기 시점을 중심으로 한 극한의 시나리오상, 22세기 남한의 모습은 21세기 기준으로 1/5 면적이 줄어들었다. 23세기에 이르러 면적이 1/3로 줄어들기까지는 아마 더 긴 시간, 더 극한의 환경이 조건일 것이다.)

3.
얼마간의 시간(위 자료를 토대로 1~200년 사이)이 지나, 해수면 상승이 종료된 이후 바다와 육지에서 대규모 전쟁이 발발한다.

거대한 배와 해양 무력을 가진 부유층에 더하여 군 출신 집단이 모의하여 부족한 육지와 자원 독점을 위해 전쟁을 치르게 된다. 대륙 저지대에서 살던 인구는 이미 대부분 죽거나 바다로 쫓겨난 지 오래였다. 이 시기 고지대에 남은 사람들은 무력(전쟁)에 의해 강제로 땅을 빼앗겼으며, 바다에 합류하기에도 늦어버렸다. 해양인들은 이미 바다에 정착하였고, 내륙의 난민을 받아줄 여력이 없었다. 여력도 여력이지만 국가의 형태도 없기 때문에 사실상 받아준다는 표현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내륙의 전쟁 난민들은 바다로 나갈 배도 없고 그것을 지원해 줄 국가도 이미 사라졌다. 가진 재산은 모두 전쟁으로 불타거나 빼앗겼기 때문에 그들은 내륙의 아주 빈곤한 하층민으로 전락하게 된다.

4.
전쟁에 승리한 부유층들! 육지에 거대한 요새 도시(장벽이 있는)를 건설한다.

전쟁은 몇 차례에 걸쳐 반복된다. 바다에 사는 해양인들이 육지 독점에 불만을 품고 힘을 모아 육지를 몇 차례 공격하지만, 무력 차이가 심해 비옥한 토지가 몰려있는 장벽 안쪽 세계의 핵심 시설에는 접근하지 못한다.
그러나 머릿수가 많은 해양인들은 작은 집단으로 나뉘어 동시다발적 활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공사가 미처 끝나지 못한(그러나 차지할 가치가 없는) 육지, 부유층이 버린 땅, 척박한 땅 등을 조금씩 확보할 수 있었다.
해양인들은 과거 국경국가 시절에 만들어진 선박들과 해양 구조물들을 해양 쓰레기에서 조달한 자원을 활용하여 개조하고 수리하면서 삶을 이어간다. 이후 버려진 땅에 남아있는 문명의 생산 시설을 활용하여 새로운 해양 구조물, 선박 등을 추가로 생산할 수 있게 되지만, 구 인류의 오래된 장비를 이용하고, 여러 가지 육지 자원이(채집 수단 포함) 부족한 다중의 한계로 인하여 개발과 생산에 상당한 차질이 있었다. 해양인들은 바다에 남아있는(버려지고 부서진) 풍력발전이나 태양광발전 시설들을 점령한다. 이것들을 보수하여 에너지를 얻어 연명한다. 추후 해양 구조물에 파력발전기를 장착해 모든 해양인들의 선박이 날씨와 무관하게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하게 된다. 바다 위에 24시간 떠 있는 모든 해양인들의 선박과 구조물들이 생산 비용이 전혀 들지 않는 파력발전기를 장착하게 되면서 태양광과 풍력발전만으로는 부족했던 에너지가 풍족하고 여유로운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에너지 과잉)

5.
비옥한 땅을 차지한 내륙인들은 전쟁 승리 직후부터 어려움이 시작된다.

상당히 적은 인구로 초 국가급 거대한 요새 도시를 만들자니 자원도 비용도 막대하게 들어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들은 내륙의 하층민을 노예처럼 부려 간신히 성과를 이루지만, 자원을 지키는 것에 너무 많은 투자를 한 탓에 수입이 급격하게 감소하였다. 희소가치가 높은 자원이 넘쳐흐르지만 이를 수입으로 전환할 수가 없었다.
자원 채취나 물품을 생산할 공정은 완전 자동화가 되어있었지만, 공정을 위해 사용되는 AI, 연산, 로봇을 100%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에너지 소모가 너무 크고 비효율적이었다. 막대한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에 비해서, 결과물인 상품을 소비해줄 수요가 없었기 때문에, 내륙의 노예 착취만으로는 도저히 경제가 돌아가지 않았다.
그들은 해양인들의 인구 규모, 자원 수요, 에너지 등이 탐나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내륙에 해양인들을 들여 무역이나 직접 노동으로 돈을 벌자니 종족 간 적대감이 있는 상황에서 인구수 차이가 너무 커 내륙을 점령당할까 두려웠다.

6.
해양인들은 자원과 장비 등이 필요했고, 내륙인들은 소비자와 효율적인, 그러나 접촉이 없는 가상 노동이 필요하게 된다.

이를 토대로 해양과 내륙이 교섭하게 되고,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의 메타버스 제작이 추진되기 시작한다.
해양인들은 개인 PC 파워와 메타버스 노동을 제공하는 대가로 내륙인들로부터 자원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메타버스가 개발 및 안정화 되고, 해양과 내륙 간 물류 체계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중간 매개자 그룹이 형성된다. 그들은 해양인 사이에서 선출된 정치인 출신이거나 메타버스 이후 내륙의 노예 출신에서 벗어난 중간자 등이다.

저자: 김정태

세계관: 파편화된 개인들의 세상 힌터랜드

배후지는 DAO나 메타버스의 사회적 활동 데이터로 생성된 건축물이나 지형지물, 위기로 가득한 해양, 고된 메타버스 노동 현장 어디에도 구체적으로 실재하지 않는다.

1.

세계는 해수면의 급격한 상승으로 최소한의 내륙과 광할한 해양으로 나뉘어졌다. 많은 자료들이 국가 개념이 흐려졌음을 시사하지만, 역으로 국가나 민족 같은 개념에 집착하는 이들이 존재했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내륙 지역의 사람들이 남긴 데이터에 따르면 기업-국가가 존재했다고 해석할 수 밖에 없다. 해양 지역에서는 많은 사람들은 흔들리는 바닥 위에서(바다에서) 난민처럼 살았다(편의를 위해 '해양인'으로 적는다). 이들이 살아가는 하우스 보트는 충분히 넓지 않았지만, 두 눈만 감으면 메타버스에 접속할 수 있고, 메타버스에서의 보행이 흔들리는 배 안에서의 보행과 어느 정도 일치하는 감각을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장치가 있었다. 메타버스는 흥미로운 곳으로, 장벽으로 가로막힌 내륙인과 해양인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소통의 공간이었다.

2.

태어나자마자 강렬한 태양열과 험난한 바다 생활을 맞이하는 해양인들은 신체의 대부분이 개조된 트랜스 휴먼의 모습이다. 고정된 땅 위에서 되레 현기증을 느끼는 그들은 흔들리는 환경에 특화된 삶의 방식을 형성했다. 대표적으로 하우스 보트가 있다. 바다 위의 주거, 이동, 에너지 생산 등의 목적 및 각자의 개성에 맞춰 개조된 선박들은 하나하나가 독특한 구조를 가진다. 해양인들의 지리적 출생지를 개별적으로 특정하는 건 수많은 데이터가 블록체인에 기록되어 있음에도 불분명하다.
해양인이라면 누구나 다양한 언어와 수화를 사용한다. 보트를 최소 사회 단위로, 가족이라기보다는 동맹에 좀 더 가까운 사회 관계망이 있다. 해양인들은 음식, 수리, 놀이, 보안, 노동 등 삶에 필요한 다양한 필수 요소를 메타버스 내 DAO 활동을 통해 충족한 것으로 보인다.
자동화된 도시에서 풍부한 자원을 누리고, 신체를 개조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 퓨어 휴먼. 이들을 편의상 내륙인이라 부르자. 이들은 꿀 피부에 번지르르한 육체를 드러내는 걸 즐겼다. 그들의 투명한 의복 문화를 보면 반박의 여지가 없다. 도시에서 다소 떨어진 저지대 해안가는 거대한 장벽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덕분에 삶의 질이나 그 내부의 풍경조차 해양과 철저히 차단되어 있다. 내륙의 원격 노동을 수행한 해양인들의 데이터에선 내륙인들의 모습이나 그 내부의 풍경, 활동에 대한 부분이 극도로 불분명하다.
분절된 해양과 내륙 사이를 오가는 이들(편의상, 중간자로 부른다) 또한 존재한다. 내륙에서 태어났지만, 가장 하층민이며 내륙과 해양의 상반되는 조건을 연결 짓는 노동에 최적화된 반-기계, 반-인간이다. 오직 바다의 자원을 내륙으로 들이거나 내륙의 폐기물을 바다로 내보내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들은 내륙 도시 밖 도로를 따라 건설 되어 있는 과거의 물류센터와 유령공장들을 전전한다. 해양인과 내륙인의 독특한 대비 밖에서, 어떤 면에선 이들 자체가 유령들이다.

3.

내륙의 기업(들)은 내륙인이 아닌 중간자와 해양인의 노동으로 가동된다. 해양인은 메타버스를 통해 원격 노동을 한다. 해양인, 내륙인, 그리고 중간자들 모두, 이마에 삽입된 장치 덕분으로 눈을 감으면 즉시 메타버스에 접속할 수 있었다.
메타버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 메타버스 내 사용자 활동 (특히 DAO들이 생산한) 데이터를 통해 생성적으로 만들어진 건물과 지형지물로 이뤄진 거대한 정원이다. 누가 어떤 방식으로 언제 디자인했을지 모를 생성적 알고리즘은, 메타버스의 풍경을 실시간으로 변화시키고, 이는 25세기 인류의 호기심을 가장 크게 자극한 풍경이다. 발견된 데이터 화석에서 유추한 당시의 풍경은, 마치 신원생대 에디아카라 시대의 동물군이 모인 거대한 정원을 연상시킨다. 멀리서 보면 각기 유일무이하고 기묘한 구축물들. 식물처럼 보이는 외관의 내부엔 DAO 활동 데이터를 분류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마치 동물의 내장 같은 구조가 감춰져 있다. 이 흥미로운 풍경은 데이터-화석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다.
블록체인에 기반한 23세기 인류의 메타버스는, 일정 시간이 지난 데이터를 화석화하는 독특한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었다. 예를 들어 특정 DAO의 활동이 종료되는 경우, 데이터로 만들어진 구축물은 풍화되어 지층이 되고, 필터를 거친 몇몇 자료는 화석으로 남는다. 메타버스 고고학자들은 이러한 화석을 연구하며 현 인류의 오랜 기원을 연구해 왔다.
국가가 기업이고 기업이 국가인 내륙에서, 그리고 그런 개념이 불분명한 채 표류하는 해양인의 삶에서도, 메타버스 속 DAO에 자산을 분산하고 제안 및 투표 기능으로 서로의 현실을 조정하는 건 완전히 일상이었다. 물리적인 세계를 볼 때 내륙인이나 해양인, 중간자의 삶은 전혀 다른 양상이었지만, 이들이 주로 교류하는 메타버스 속에선 그런 부분이 명확하기보단 은밀하게 영향을 미쳤다. 익명의 투표 기능이나, 자산을 금고에 넣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DAO의 방식들이 주된 원인이었다. 누가 누구를 위해 투표하고 있었나?
이런 23세기 인류의 어떤 ‘삶’을 지탱하기 위해 배후에 형성된 취약한 삶의 영역이 있다. 사실상 이 배후적 삶의 영역이 23세기 인류의 데이터 화석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당대의 모습을 요약하는 그림자나 다름이 없다. 우리는 이를 편의상 ‘배후지’, ‘힌터랜드'란 이름으로 호출하기도 하고, 가끔은 23세기 인류를 통틀어 ‘배후지 사람’ 또는 ‘힌터랜드인'으로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자본화된 무정부주의 속에서, 그리고 그런 무정부주의에 기반해 존재하는 기업-국가에서 우리가 ‘배후지’라 부르는 장소는 실재하지 않는다. 배후지는 DAO나 메타버스의 사회적 활동 데이터로 생성된 건축물이나 지형지물, 위기로 가득한 해양, 고된 메타버스 노동 현장 어디에도 구체적으로 실재하지 않는다. 다만 그런 상황들을 연결 짓는 어떤 삶의 공간이 있고, 이를 식별하기 위해 ‘배후지'라는 단어가 편의적으로 적절한 것일 뿐이다.

지도

우리가 종종 편의상 ‘힌터랜드’라 부르는 공간. 다시 말해 내륙과 해양 같은 지구의 물리적 부분과 가상의 메타버스가 혼재된, 끊임없이 불안하고 취약한 23세기 인류의 삶을 생성하는 공간이 있다. 따라서 지리적 지도로 요약하기는 어렵지만, 최대한 여러 가지를 동원해 그림을 그려보자. 일단 지금 발굴한 데이터가 전부라고 본다면, 당시 전체 인구수는 60,000,000(육천만)명 내외로 추정된다. 물론 절대 정확할 수 없는 수치다. 해수면의 급격한 상승으로 내륙과 해양의 비율이 1:9인 험난한 세계이며, 내륙은 쓰나미에 대비해 거대한 장벽이 둘러져 있고, 자동화 된 도시에 살아가는 특정 소수가 기업-국가를 형성하고 있었다. 해양에서의 삶은 도시 속 특권 계층과는 달리 파편화된 무국적 난민들이 개조한 하우스 보트에서 거주하고 있었고, 내륙인과 해양인이 유일하게 모두 들어갈 수 있는 지역은 메타버스 뿐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내륙과 해양

해수면의 급격한 상승으로 극히 일부분의 내륙과 광활한 해양으로 나뉘어 있다. 대부분의 인구가 바다 위에서 삶을 영위하고 내륙은 기업-국가들로 경계 지어져 있다. 누구든 두 눈만 감으면 메타버스에 접속할 수 있기에, 메타버스와 물리적 세계는 이음새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다. 아마 23세기 인류는 굳이 양자를 구분 지으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메타버스는 내륙인과 해양인 모두 동등하게 접속하고 소통이 가능한 유일한 공간이기도 하다.

1. 내륙

1. 내륙

• 면적은 지구의 약 10%일 것으로 추정한다.
• 섬처럼 떨어진 육지에 서로 경쟁하는 기업-국가가 있다.
• 자동화된 도시를 제외한 지역은 황폐화 되었다. 과거의 유산인 도로, 공장, 물류 거점 등이 남아 있다.
• 쓰나미 피해 방지를 위해 끝도 없이 이어지는 큰 장벽이 있다. 장벽은 해양인들의 출입을 통제하는 역할도 한다.

2. 해양

2. 해양

• 면적은 육지를 제외한 지구의 나머지 90%일 것으로 추정한다.
• 쓰나미, 태풍 등의 자연재해가 빈번해 진다.
• 대부분 하우스보트에서 거주하며, 모든 하우스 보트는 DIY로 부유식 발전기를 장착하고 주거 기능을 욱여 넣은 구조이다.
• 떠다니는 쓰레기섬을 다목적 공유지로 활용한다.
• 해양 위에 기업-국가들이 운용하는 톨게이트가 있다.

메타버스

메타버스의 지형지물과 건축은 사용자의 데이터, 특히 DAO 활동으로 생성된 데이터를 입력값 삼아 생성적 알고리즘을 통해 디자인된다. 험난한 지구 환경과 대조적으로, 메타버스 환경은 눈부시게 아름답다.

기원
• 누구도 메타버스 디자인이 언제,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모른다. 바다 속에 수몰된 지식이다. 다양한 설이 있지만, 모르는 만큼 풍경은 신비롭게 다가온다.

건축과 지형지물
• 발굴된 데이터-화석으로 재구성한 메타버스 공간을 멀리서 보면, 신원생대 말 에디아카라 동물군이 한데 모인 정원을 닮았다. 메타버스 사용자의 활동을 반영해 실시간으로 변화했기 때문에, 건축물이 특정한 형태와 닮았다는 건 심오한 상징으로 받아들여진다. 건축물과 지형지물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지층화되는데, 지층화 과정에서 주요한 데이터는 화석이 되어 남기도 한다.

기타 특이사항
• 23세기 인류는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눈 형태의 메타버스 접속기기를 이마에 삽입하는 시술부터 받게 된다. 이후, 별도의 장치 없이 양 눈을 모두 감는 것만으로 메타버스 접속이 가능하다.
• 메타버스 내 공간은 보행 시 자동으로 굴절되어 좁은 하우스 보트 안에서의 실제 보행 시 사용자가 장애물에 충돌하는 결과를 회피하도록 돕는다. 이때 굴절된 공간은 재보정을 거쳐 렌더링 후 사용자에게 보여지기 때문에 전혀 위화감을 느낄 수 없다.
• 메타버스는 내륙인 & 해양인 & 중간자 모두가 접속하고 교류할 수 있는 장소다.
• 누구나 다양한 DAO에 가입하고 투표하지만, 모든 투표를 직접 하지는 않는다. 자잘한 것들은 인공지능이 지난 투표 데이터와 일상에서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대신 투표를 처리한다.
• 메타버스 속에는 각종 DAO의 광장이나 건축물이 구현되어 있는데, 이는 사용자의 데이터가 모이기 때문이다. DAO에는 내륙인 & 해양인 & 중간자의 자산이 구분 없이 분산되어 있다. 각 DAO의 투표 방식은 서로 전혀 다른데, 어떤 곳은 철저한 금권 투표제로 자산을 많이 동결하는 만큼 정치적 영향력이 커진다.
• 메타버스 고고학자들이 데이터-화석 연구에 매달리고 있지만, 아직도 초기 단계이다.

자원

험난한 시기에도 풍족한 자원이 있고, 부족한 자원이 있다. 하늘의 별들을 가린 격자형 위성들이 풍족한 인터넷을 제공해 준 반면, 거주할 땅과 치안, 의료 서비스 등은 도시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절대적으로 부족한 자원이었다. 파력, 풍력,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한 개조형 하우스 보트라고 해도, 가끔은 며칠에 걸쳐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해 닻을 내린 채 부유해야 했다.

• 인터넷, 개인 데이터 서버, 불안정한 메타버스 노동, 바닷물이 풍족하였음.
• 거주할 땅이 부족하고, 보안 및 치안이 취약했음.
• 에너지를 생산하기 어렵고, 의료 서비스가 부족하여 질병과 사고에 취약하였음.
• 인프라, 혜택, 삶의 질 같은 단어는 대부분 내륙인들의 삶과 연관되어 있었음.
• 자주 발생하는 자연재해에 대응할 수 있는 인프라는 지금 기준으로 보면 23세기 인류 모두에게 부족했다고 생각됨.
• 해양인들의 자원은 그게 어떤 종류든 간에 대체로 부족했다고 보임.

풍족자원

해수면의 급격한 상승으로 극히 일부분의 내륙과 광활한 해양으로 나뉘어 있다. 대부분의 인구가 바다 위에서 삶을 영위하고 내륙은 기업-국가들로 경계 지어져 있다. 누구든 두 눈만 감으면 메타버스에 접속할 수 있기에, 메타버스와 물리적 세계는 이음새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다. 아마 23세기 인류는 굳이 양자를 구분 지으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메타버스는 내륙인과 해양인 모두 동등하게 접속하고 소통이 가능한 유일한 공간이기도 하다.

1. 위성 인터넷

1. 위성 인터넷

23세기보다 한참 전에 쏘아 올려진 인터넷 위성은 밤하늘을 격자 모양으로 촘촘히 밝히고 있다. 탈중앙화 블록체인과 메타버스가 바다 위에서도 대체로 작동되는 이유다. 바닷물을 제외하면, 가장 풍족한 자원이다.

2. 개인 데이터 서버

2. 개인 데이터 서버

손톱 크기 만한 저장장치에 개인의 다년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정도이다. 개인 데이터 서버는 해양인이 거주하는 하우스 보트의 핵심 기능이다. 피어-투-피어(P2P) 방식으로 작동하는 블록체인 인터넷과 수많은 센서들이 생산하는 정보가 저장된다.

3. 불안정 메타버스 노동

3. 불안정 메타버스 노동

메타버스 노동의 일자리만큼은 (보수의 크기와 무관하게) 넘쳐난다. 내륙인의 삶은 전적으로 해양인의 메타버스 노동에 의해 유지된다. 메타버스 노동은 매우 파편화된 노동 형태이며, 대체로 구인류가 남긴 원형적 로봇에 원격 접속해 조작하는 일이 많다. 그런 로봇은 인간의 신체와 매우 다른 구조로 되어 있어서, 아예 노동에 맞게 인체를 개조하는 해양인도 있다 (예. 팔을 여러 개 달기).

4. 바닷물

4. 바닷물

해수면 상승으로 바닷물이 넘쳐난다. 바다는 쉼 없이 소용돌이 치는 거칠고 험난한 세계이다. 대부분의 하우스 보트가 부유식 파력 발전기를 변형해 제작되는 이유이다.

부족자원

1. 에너지

1. 에너지

해수면 상승으로 화석연료를 사용하기 어려워졌다. 친환경 에너지는 제 때 필요한 만큼 수급하기에 어려움이 많고 에너지를 둘러싼 다툼은 끊이지 않는다.

2. 보안&치안

내륙 밖의 삶에서 보안과 치안은 무정부적 성격의 DAO들의 연쇄로 이뤄진다. 경찰에 준하는 자경단 DAO가 있지만, 자산을 넣어두지 않은 이들에겐 자경단이 강도가 될 수도 있다.

3. 재해 방지 인프라

자연재해가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가운데 해양인들은 거의 무방비 상태로 살아간다. 재해를 방지하기 위한 인프라는 완전히 초기적인 상태다.

4. 땅

땅(내륙)은 소수의 특권이다. 내륙을 둘러싼 거대한 장벽은 내륙과 해양을 완전히 분리시켰으며, 제한된 땅의 소유는 기업-국가가 가진 자산 중 가장 귀중하다. 해양에도 육지처럼 사용하는 작은 섬들이 존재하는데, 해류와 바람에 따라 건축자재와 플라스틱 잔해 등이 모여 형성된 쓰레기 섬, 바지선들을 연결해 만든 섬 등이 있다. 해양인에게 쓰레기섬은 주요 공유지로, 많은 이가 일시적으로 머물거나 교류한다.

5. 의료 서비스

해양 지역엔 제대로 된 병원이 없다. 인공지능이 탑재된 외과 수술용 기계가 몇몇 있지만,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의약품에 의존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의약품 제조를 감시하는 주체가 없다시피 하기 때문에, 약이 아닌 걸 약으로 파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애초에 치료하기 어려운 병도 있다. 트랜스 휴먼의 재앙인 불수병이 그중 하나다.

종족 혹은 부족

해양인, 내륙인, 중간자를 23세기 인류의 3대 종족이라고 부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편의상의 이름으로, ‘힌터랜드', ‘힌터랜드인'이란 표현과 마찬가지로 연구를 위해 마련한 단어임에 유의해야 한다. 힌터랜드인은 해양인, 내륙인, 중간자들을 포함한 23세기 인류를 가리키지만, 이들 전체가 동일한 ‘배후지’라 불릴 만한 삶의 조건에 놓여있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발굴된 데이터만으로는 ‘배후지'의 종족적 구분을 분명하게 구명할 수 없다. 다만, 많은 해양인들이 ‘배후지'라 불리는 삶의 공간에 개입되어 있는 건 사실이다. 당시 대부분의 데이터는 메타버스를 통해 블록체인에 기록되었고, 지층화 되면서 데이터 열화가 있었다. 당시 인류의 삶이 메타버스 같은 가상 환경에 크게 의존했기 때문에, 이런 난해함이 우리에게 남겨지게 되었다.

• 힌터랜드인은 이마 중간에 ‘메타버스의 눈’이라 불리는 메타버스 접속기기를 삽입했음.
• 해양인은 해양과 메타버스를 오감.
• 내륙인은 내륙과 메타버스를 오감.
• 내륙인 중 최하층민인 중간자는 유일하게 내륙과 해양을 양쪽을 오가며 필요한 일을 함.

해양인

한마디로 묘사하자면 무국적 난민이다. 출렁이는 바닥에서 태어나 단단한 땅에서 어지러움을 느낄 만큼 바다와 동화되어 살아간다. 대체로 신체를 개조한 트랜스 휴먼으로, 하우스 보트 환경과 메타버스 노동에 특화되어 있다. 해양인이라면 누구나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고, 여러 DAO에 자산이 분산되어 있다. 식자재, 배의 수리, 치안, 놀이, 노동 등 삶의 많은 부분이 DAO의 제안과 투표 기능에 연루된다.

내륙인

한마디로, 여전히 국가, 혹은 기업-국가에 소속되어 있고, 질 좋은 삶을 영위하는 이들이다. 거의 나체나 다름없는 투명한 의복을 즐겨입는 문화는, 이들이 인체를 굳이 개조할 필요가 없는 퓨어 휴먼임을 보여준다. 인체를 개조할 필요가 없다는 건, 무엇보다도 전문적인 의료 서비스가 존재한다는 걸 가리킨다. 보행을 보조하는 장치에 의해 거의 힘 들이지 않고 걸어다니지만, 충분한 스포츠 활동 및 영양섭취를 통해 대체로 건장한 몸을 가지고 있다. 내륙인이 살아가는 도시 환경의 세부는 거의 데이터로 남아있지 않은 반면, 의복이나 신체적 특징이 종종 발견되는 이유는 데이트 DAO에서의 폭 넓은 활동이 해양인, 내륙인, 중간자를 암암리에 연결해냈기 때문일 것이다.

중간자

내륙에서 태어난 최하층 계급. 대부분이 내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물류 노동에 종사한다. 바다에는 폐기물을 버리고, 바다에서 난 자원을 도시로 옮기는 역할을 수행한다. 자동화된 도시를 살아갈 자본이 없기에, 이른 나이부터 도시 바깥의 삶을 살게 된다. 주로 과거의 도시 유적, 황무지, 버려진 물류 센터 등을 전전한다.
어느 정도는 도시 환경에 접근할 수 있지만 제공되는 의료서비스나 공공인프라의 질은 처참해서, 대체로 몸을 반-인간 혹은 반-기계라 불릴 만큼 개조하여 살아간다. 개조한 신체 중 기계 부분을 보면, 안쪽이 훤히 들여다보이도록 투명한 부분을 삽입하는 나름의 문화가 있다. 내부 기관의 작동을 보여주는 것으로 자신을 과시한 것일까? 이런 양식적 차이가 중간자와 해양인이 둘 다 신체를 개조했음에도 양자를 구분할 수 있게 해준다.

이동과 주거

해양과 내륙은 메타버스를 제외하면 단절된 삶의 공간이다. 사실 발굴한 데이터만으로 알 수 있는 내륙의 삶은 많지 않다. 각자 명확히 다른 이동과 주거 양식을 가지고 있다.

• 해양과 내륙은 메타버스를 제외하면 완벽히 단절된 상태.
• 해양은 하우스 보트로 이동과 주거를 해결함
• 해양에는 인공 쓰레기섬 또는 바지선을 기반으로 한 공유지가 있음.
• 내륙은 대부분의 시설과 관련한 삶이 데이터로 발굴된 바 없음. 혹은, 기밀 자료로 암호화 되어 있음.

해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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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의 이동과 주거를 둘러싼 문화는 하우스 보트와 인공 쓰레기섬으로 대부분 설명된다. 모든 해양인은 하우스보트에 기거하고, 인공적으로 쓰레기섬을 만드는 일은 공유지를 만드는 일과 같다.

1. 하우스 보트

1. 하우스 보트

• 자율주행 가능
• 이동 및 주거 모두 충족
• 다른 보트와 체인으로 연결 가능. 이를 통해 파티나 이벤트를 열기도 함
• 개인용 데이터 서버 탑재
• 부유식 재생 에너지 발전기 위에 하우스 보트를 설치한 상태에 가까움

하우스 보트는 급격한 해수면 상승에 인류가 택한 생존술의 핵심이다. 배에 발전기를 추가하거나, 발전기에 배를 추가하거나. 내륙의 도시에서 태어나지 않는 이가 23세기를 산다는 건 어떻게든 하우스 보트를 가진다는 의미이다. 보트 안에서 먹고, 자고, 놀고, 노동하고, 교류하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

2. 인공 쓰레기섬

2. 인공 쓰레기섬

• 내륙인과 해양인 모두의 폐기물로 자연스레 생성되는 바다 위 “땅”
• 폐기물이 더 빠르고 쉽게 쓰레기섬에 되도록 유도하는 기술이 발달됨

인공 쓰레기섬은 건축 폐자재, 플라스틱 찌거기 등 무엇이든 단단한 물건이 특정 바다 수면에 모이면서 형성된다. 인공 쓰레기섬은 해양인의 공유지로, 임시적인 거점 구역이다. 제법 오래된 섬 위엔 물류 창고도 있고, DAO의 실물 거점도 있다. 에너지 충전 서비스, 약간의 의료 및 교육 서비스, 암시장도 있다. 쓰레기섬에서 배운 지식은 내륙의 지식과 다르지 않고, 때론 더 실용적이다.

내륙

자동화된 도시 밖의 내륙은 대부분 황무지이다. 23세기에 세워진 것이라곤 해수면 상승과 쓰나미에 대비하기 위한 거대한 장벽뿐이다.

1. 장벽

1. 장벽

• 해양과의 연결 차단뿐만 아니라, 해수면 상승 및 쓰나미에 대비하여 내륙인 주도로 건설되었다.
• 도시의 가장 높은 곳에서도 바다를 가릴 만큼 거대하다. 내륙인의 출국과 해양인의 불법적인 출입을 완벽히 봉쇄하는 역할도 한다. 파도의 힘을 분산하고 물을 효과적으로 배출하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끝도 없이 이어진 장벽을 바라보며 사는 해양인의 대부분은 도시 속 삶의 형태를 전혀 상상하지 못한다.

2. 스마트 시티

• 거의 완벽하게 자동화된, 무균질한 도시이다. 대부분의 자연재해에도 끄덕 없는 구조로, 도시 내부에 살아가는 내륙인 중 도시가 유지되는 원리를 이해하거나 신경쓰는 이는 극히 적다. • 극 소수의 내륙인만이 거주하고, 특권층이 아니라면 도시에서 살 방도가 없다.

3. 유령 공장

• 국가를 대체한 기업-국가가 운영하는 공장으로 대부분 교외 지역에 위치한다. • 해양인은 메타버스 노동기기로 접속한 채 간접적인 형태의 공장 노동자로 활동한다. 이들이 공장에 대해 알 수 있는 범위는 원격으로 접속한 구식 로봇의 작은 센서를 통해 비춰진 것뿐이다. 여타의 매개 노동이나 현장 관리는 중간자들이 맡는다. • ‘유령 공장’이란 호칭은 해양인과 중간자의 데이터에서 발굴된 것이다. 중간자에게 공장은 누군지 모를 이들이 운용하는 곳이니 적절한 단어였을 것이다. 또한, 극히 제한된 시야로 원격 노동을 수행하는 해양인의 기억에 남은 공장의 파편적 모습을 묘사하기에 알맞다. 누가 언제부터 이렇게 불렀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

4. 물류센터

• 내륙과 해양을 오가며 물류를 도맡은 중간자들이 점유하는 공간이다. • 물류센터의 건축물은 한참이나 과거에 만들어진 것으로 방치되고 버려진 무용한 공간이다. • 물류센터의 을씨년스러운 느낌이 중간자들의 반-기계 신체와 묘한 조합을 이룬다.

주요 DAO들

다양한 DAO가 있지만, 구체적인 DAO 간 교류기능 표준이 없었기에, 서로 동떨어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어떻게든 자산과 인간은 이들 조직을 가로질렀고, 방대한 데이터를 화석으로 남겼다. 아래엔 그 중 핵심적인 몇몇 DAO를 다룬다.

• 각 DAO들은 서로 떨어져 있지만, 자산을 한쪽에서 빼서 한쪽으로 이동할 수 있고, 다중적으로 가입할 수 있었음. 따라서 이들은 독립적이지만 공생하는 관계에 가까움.
• 각자 고유의 투표 기능이 있음.
황당할 정도로 금권 투표를 장려하는 경우도 있었음.
• 대부분의 투표를 인공지능이 대리해서 수행함. 일상생활에서 수집한 데이터와 기존의 투표 내역 및 DAO 활동을 반영함. 직접 투표에 참여할 수 있지만, 아주 중요한 의제가 아니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

1. 농축산 DAO

1. 농축산 DAO

•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식재료를 지속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DAO이다.
• 주로 해양인들이 가입해 있고, 인공 쓰레기섬 같은 공유지에 실물 거점을 가지고 있다.
• 다른 DAO와 비교할 때 분쟁이 평화롭게 조정되는 편이다.
• 내륙의 도시에 유통되는 마약류 환각제의 원재료는 대부분 농축산 DAO가 만들어낸다는 소문이 있다. 도시 외의 공간에서는 딱히 관련한 통제가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2. 창고 DAO

2. 창고 DAO

• 주로 해양인의 수요로 운영되는 DAO이며, 공유지에 실물 거점을 가지고 있다.
• 협소한 하우스 보트의 용적률을 보조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된다.
• 운영 방식이 가장 직관적인 곳이다. 많은 자산을 DAO 금고에 예치하는 이가 큰 공간을 점유한다.

3. 메카닉 DAO

3. 메카닉 DAO

• 메카닉 DAO는 해양인들에겐 핵심 인프라로, 고장 난 발전기와 배를 수선하는 일을 한다.
• 기계를 수선, 정비, 조립하는 인력 외에도 다양한 과학자, 엔지니어가 오간다.
• 메카닉 DAO에 몰리는 자산은 생각보다 큰데, 불법적인 기계류 제조나 다양한 연구에 이만한 조직이 달리 없다.

4. 엔터테인먼트 DAO

4. 엔터테인먼트 DAO

• 메타버스 내 (아이돌)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위한 DAO로, 줄여서 엔터 DAO로 불린다.
• 내륙 외곽에 ‘합숙소’라 불리는 실물 거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구체적 위치와 운영은 DAO의 기밀 컨트랙트로 보관되어 발굴된 자료가 없다.
• 주로 오디션 형식의 경쟁적 사업에 관련한 제안, 투표가 판을 친다.
• 엔터 DAO에서 활동한 아이돌의 개인사에 대한 부분은 알려진 바가 없다. 발굴된 데이터만 두고 보자면, 신기할 정도로 가족이나 인간 관계가 불투명하다. 몇몇은 엔터 DAO가 고아, 실종자만을 모아 실물 거점을 운영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5. 종교 DAO

5. 종교 DAO

• 종교 DAO는 23세기의 통제 불가능한 신비, 믿음, 신앙을 공유하고 해소할 수 있는 주요 거점이다.
• 구체적인 작동 원리가 신비로 남은 메타버스의 미스터리는 종교 DAO의 다양한 캠페인을 낳는 씨앗의 역할을 했다.
• 초기 자산이 모여드는 기간엔 의도적으로 해양인과 내륙인 모두를 끌어들일 수 있는 다신교를 표방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다루는 신의 숫자가 줄어들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 지금 시점에서 보기에 특이한 관습이 많다. 예를 들어, 소금이 제의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지나치게 많은데, 초기에 해양인 가입자가 많았기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

6. 교육 DAO

6. 교육 DAO

• 교육 DAO는 자의로 가입할 수 없다. 교육 DAO의 기존 회원으로부터 가입 추천을 받아야 한다.
• 가입 추천이 제안으로 올라오면, 투표를 통해 가입 여부를 정한다. 그 과정에서 가입 예정자는 자기소개 및 다양한 활동을 한다.
• 가입된 교육 DAO의 일원이 문제를 일으켜 DAO에서 축출되는 경우, 추천인과 추방된 이가 DAO 금고에 넣어둔 자산은 교육 DAO의 공유 자산이 된다.
• 다양한 커리큘럼이 있지만, 실용성을 전제로 한 교과가 가장 인기가 많다 (예. 해양 생물과 구조구호 등 해양 생활과 관련된 지식과 기술을 쌓을 수 있는 해양 에듀 DAO).

7. 의료 DAO

7. 의료 DAO

• 의료 서비스의 제공을 위한 DAO이다.
• 진단과 치료를 포함한 의료 및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원격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 힌터랜드인의 삶이 불안했던 만큼, 성공적인 자산 증식 그래프가 인상적이다.

8. 데이트 DAO

8. 데이트 DAO

• 데이트 DAO는 장벽에 의해 나뉘어진 해양과 내륙의 인류를 이어낸 놀라운 조직이다.
• 데이트 DAO의 주 기능은 메타버스를 통해 익명의 데이트를 매개하는 일이지만, 소수의 사람들은 개인정보를 밝히고 직접적 만남을 추구한다.
• 데이트 DAO은 다단계의 가입 과정이 있으며, 첫 단계는 이모티콘 투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1인 당 1 투표를 행사할 수 있으며, 특정 기간 동안 정해진 양의 🏹 화살 이모티콘을 받는 사용자에 한해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 세 종족, 특히 내륙인의 신체적 구성이나 복식을 파악할 수 있는 데엔 데이트 DAO가 남긴 자료 덕이 크다.

9. 재판 DAO

9. 재판 DAO

• 기업-국가가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일부 도시지역 밖에서, 일종의 사법부 역할을 하는 DAO이다.
• 다른 DAO와 마찬가지로 자산 증식 목적도 뚜렷했기 때문에 재판 DAO가 ‘공정한’ 공동체를 위해 작동했다고 보긴 어렵다.
• 네트워크상의 영향력이나 동결한 자산의 크기가 재판 운용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10. 기타 등등의 DAO들

• 기업-국가가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일부 도시지역 밖에서, 일종의 사법부 역할을 하는 DAO이다.
• 다른 DAO와 마찬가지로 자산 증식 목적도 뚜렷했기 때문에 재판 DAO가 ‘공정한’ 공동체를 위해 작동했다고 보긴 어렵다.
• 네트워크상의 영향력이나 동결한 자산의 크기가 재판 운용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화폐

수없이 많은 종류의 가상 화폐가 발굴되었고, 서로 다른 커뮤니티는 자신의 화폐를 빌어 커뮤니티를 결속했다. 여기서는 가장 흔히 사용된 네 가지의 화폐를 소개한다.

• 거래소에서 화폐를 교환하는 행위는 서로 다른 커뮤니티를 갈아타는 행위와 유사한 감각이었을 것임.
• 내륙인들이 주로 사용한 기업-국가의 디지털 화폐는 DkRW, USDZ 말고도 다양함.

1. DkRW

1. DkRW

• 과거 KRW라 불렸던 화폐의 가상화폐 버전인 것으로 추정된다.

2. USDZ

2. USDZ

• USDZ가 USD라는 과거 화폐의 스테이블코인에서 시작한 것인지, 마찬가지로 과거 존재했던 SDZ화폐의 통합 버전인지 알 수 있는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

3. VBTC

3. VBTC

• 내륙인들이 사용하는 BTC의 하드포크로 탄생한 VBTC는 해양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자산이다.

4. FETH

4. FETH

• 거의 모든 DAO의 자산이 FETH로 환전되어 금고로 들어간다.

주요 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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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의 목록은 화석에서 발굴한 다양한 기기의 목록이다. 각 기기는 23세기적 삶의 독특한 면모를 보여준다.

1. 메타버스의 눈

1. 메타버스의 눈

• 23세기 인류는 누구나, 태어나자마자 메타버스 접속기기를 이마에 삽입한다. ‘메타버스의 눈’이라 불리며, 인간의 눈과 닮은 이 장치의 주 기능은 메타버스 접속 및 접속 상태 표시다.
• 사용자가 양 눈을 감으면 메타버스의 눈이 떠지고, 이는 메타버스에 접속 중이란 의미다.
• 양 눈을 감았다고 해서 사용자가 외부를 전혀 인식할 수 없는 건 아니다. 신체가 장애물에 가까워지는 경우 메타버스 환경이 반투명한 방식으로 표시된다.
• 사용자가 메타버스의 눈으로 보는 시야는 기록되고 공유될 수 있다.

2. 엔터테인먼트 기기

2. 엔터테인먼트 기기

• 홀로그램 프로젝션과 사운드 재생이 주 기능이며, 협소한 공간에서도 고립감을 달래기 위한 방편으로 만들어졌다.
• 스케일이 커진 박테리오파지(Bacteriophage) 같은 모양이다. 두족류의 다리처럼 생긴 부위는 재생되는 사운드에 맞춰 움직이기도 한다.

3. 식물재배기기

3. 식물재배기기

• 해양인의 하우스 보트에서 반드시 발견되는 식물 재배를 위한 기계의 통칭이다.
• 기기의 제조 및 유통은 농축산 DAO가 하고, 가입자가 아니면 사용할 수 없도록 사용 인증 과정이 있다.
• 온도, 습도, 조명 관리가 주 기능이고, 바닷물을 담수화하는 기능이 있어 정수기 같은 용도로 사용되기도 했다.
• 해양에선 때때로 하우스 보트를 여러 대 체인으로 연결해 식물을 판매하거나 교환하는 마르쉐(Marché, 일종의 직거래 장터)가 열리곤 했다.

4. 대시보드

4. 대시보드

• 대시보드는 해양인들의 또 다른 필수 요소다. 기본적으로 벽 설치형 거울이지만, 화면이 표시된다.
• 사용자의 자산 관리, DAO의 제안과 투표 관리, 채팅과 화상 통화, 원격 교육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인다.
• 사용하지 않는 시간에 거울 모드를 선호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DAO의 실시간 투표 현황을 항시 띄워두는 이도 있다.

5. 개인용 발전기

• 23세기 해양인이 거주하는 하우스 보트의 핵심. 파도, 바람, 태양광을 활용한 친환경 에너지 발전 방식이다.
• 바다에서 재생 가능 에너지의 생산은 무척 중요한 사업이고, 어떤 해양인이든 이 문제를 다루지 않고선 생존할 수 없다.
• 해양인은 거센 바람이 몰아칠 때 불안감에 휩싸이지만, 동시에 더 많은 에너지가 충전되리라 믿기에 안정을 느낀다.
• 발전기의 형태과 구조는 보트마다 상당히 다르며, 수리이력을 관리하는 메카닉 DAO에 크게 의존한다.

6. 메타버스 노동기기

6. 메타버스 노동기기

• 내륙인들이 운영하는 거대한 스마트 공장은, 해양인의 메타버스 원격노동으로 가동된다.
• 메타버스 노동은 결국 스마트 공장의 다양한 구식 로봇의 몸에 접속해 일하는 것이다. 로봇의 몸은 인간의 신체와 큰 차이가 있고, 대체로 처음부터 인간이 접속해 작동시키는 걸 전제로 만든 로봇이 아니다. 따라서 어떤 로봇의 접속 경험은 무척 특이한 경험인데, 좁은 시야만 제공되거나 아예 소리만 들리는 경우도 있다.
• 메타버스 노동기기는 사람과 로봇 신체 사이의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각 노동의 형태에 따라 그때그때 개발되고 변형된다. 게임패드와 보철물을 섞은 듯한 모습이다.
• 해양인의 하우스 보트 내부엔 메타버스 노동기기가 이리저리 널브러진 풍경이 흔히 발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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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주관PACK/리사익
3D 제작오하늘
SF초단편 소설김창규, 돌기민, 문이소, 황모과
발행일202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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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정민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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